팔도 VR 과학여행 ② 우주·하늘·땅 과학으로 만나다

블랙홀 발견하고 우주 발사체 이동 경로 쫓고, 과학의 첨단
화산 연구의 최적지 자연 유산, 미래 세대에 가치를

한국천문연구원 탐라전파천문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주추적소 · 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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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 보도를 준비한다.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으로 보도할 예정이다.<편집자편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모호한 경계의 수평선을 따라 이어도와 가거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정상, 사람의 옆얼굴을 한 산등성이 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할머니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해 일명 '누워있는 할머니 바위'로 불린다. 탐라전파천문대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우주의 기원 찾는다 ‘한국천문연구원KVN탐라전파천문대’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탐라전파천문대(이하 전파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시설인 전파망원경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관측하는 곳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주에서 나오는 신호들을 보며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연구한다. 국내에는 서울, 울산, 제주 세곳에 있다. 제주 천문대에서 서로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VLBI 기술을 활용한 전파망원경

전파망원경의 성능은 분해능과 집광력이다. 분해능은 멀리 떨어진 물체를 자세하게 구분해 내는 능력이다. 밤하늘의 별무리 성단을 볼 수 있는 것도 분해능으로 가능하다. 집광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희미한 물체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전파망원경이 크면 분해능, 집광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한없이 크게 만들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VLBI)기술이 필요하다. VLBI 기술은 전파망원경 여러 기의 협력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면서 분해능과 집광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진화, 별의 탄생과 사멸, 우주의 기원 등 우주의 미세한 물리적 기작을 알 수 있게 된다.

제주의 전파망원경 직경은 21m, 좌우 360도, 상하 90도 회전이 가능해 우주의 전파신호를 정확히 관측할 수 있다. 전파망원경은 각각 역할을 하지만 VLBI 기술을 활용해 관찰하면 더 깊고 먼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전파망원경 3기를 동시에 가동하면 우리나라(남한) 크기만한 가상의 큰 망원경과 동일한 분해능을 얻게 된다.

실제 지난해 4월 전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의 협력으로 처녀자리 은하단 중앙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 중심부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진공상태에서 1년간 진행한 거리, 빛은 1초동안 30만km 이동) 떨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서울, 울산 3기의 KVN 전파망원경이 협업에 참여했다.

3기의 전파망원경은 2008년 건설이 완료됐고 2009년 10월부터 가동 중이다. 앞으로 1기의 KVN 전파망원경이 강원도 평창에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보다 분해능, 집광력이 2배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파망원경들이 각각 보내오는 데이터는 시간차가 있을 수 있어 수신해 해석하는 일이 이뤄진다. 하드디스크 팩을 통해 관측 데이터를 저장한다. 하루 8시간 동안 얻는 데이터 분량이 16테라 정도다.

천문연은 2011년 동시 관측이 가능한 4개 채널(22, 43, 86, 129 GHz)의 수신기를 개발해 전파망원경에 설치, 네개의 주파수에서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다양한 주파수를 수신, 가장 적합한 주파수를 찾는다. 블랙홀 발견시에도 천문연에서 제공한 자료가 큰 기여를 했다. 2012년 '동아시아 VLBI 연구센터'를 개소,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VLBI를 연계해 관측하는 등 우주전파신호를 융합하는 허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우주 발사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주추적소’

”10, 9, 8, 7, 6 ,5, 4, 3, 2, 1, 발사~“

2013년 1월, 세번의 시도끝에 우리나라 첫 자력위성발사체 나로호(KSLV-1)가 힘차게 하늘로 솟아 올랐다.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나로호 발사 현장의 생중계를 보며 가슴 졸였던 기억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생생하다.

나로호가 하얀 연기를 내 뿜으며 발사되고 페어링과 1, 2단 분리, 목표궤도에 진입하는 동한 긴장감과 함께 분주해지는 곳이 있었다. 발사체의 이동 경로를 찾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주추적소(이하 제주추적소)'.

입구에서도 자동차로 한참 동안 산길을 오르고 나서야 도착한 제주추적소. 제주시 표선면 하천리에 설치돼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비행체는 일본과 제주 사이 바다 방향을 향하게 된다. 비행체는 안전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발사하기 때문이다. 제주추적소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우주 발사체의 비행정보를 수신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여겨지며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우주발사체를 추적하다

제주추적소의 역할은 위성체가 발사되고 30초 전후부터 추적이 시작된다. 우주를 향해 오르는 발사체가 위성을 분리하기까지 추적하고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나로호 시기에는 580초에서 600초 정도까지 추적 했다(발사체마다 다를 수 있다).

제주추적소의 성과

나로호 발사시기 나로호의 상태, 비행 상황을 실시간 추적하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외국의 발사체 추적을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선다. 유럽우주기구(ESA)가 프랑스 기아나에서 발사한 베가(Vega) 위성체 등 6차례에 걸쳐 추적과 원격자료 수신을 지원하기도 했다.

  • 제주추적소 추적레이더 전경
  • 제주도 답게 야자수 나무가 가득하다.
  • 제주추적소 뒤로는 풍차가 보인다.

지금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대비해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단계별 성능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3단 액체로켓으로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개, 2단은 1개, 3단은 7t급 액체엔진으로 구성된다.

2018년 11월 시험 발사 후
21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의 화산체 형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월봉’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 제주도.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될만큼 화산지형이 잘 보존돼 있다. 섬 전체가 지질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수월봉은 한라산과 중문주상절리대, 용머리 해안과 함께 제주의 대표 지질 명소로 손꼽힌다.

수월봉은 1만8000년전 수성화산(수증기-마그마) 분출로 형성됐다. 화산폭발 당시 거리에 따라 형성된 지층 변화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세계적으로도 화산학의 교과서로 잘 알려진다.

수월봉 해안 절벽은 약 2km 정도. 화산체와 화산탄 등 화산 쇄설층이 층층이 쌓여 이뤄진 지층은 신비감을 더한다. 제주의 무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수월봉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은 화산섬 제주의 절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한라산, 산방산, 차귀도 등 제주의 명소를 두루 만날 수 있다. 특히 차귀도 낙조는 국내 3대 일몰 비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가파도와 마라도도 볼 수 있다.

문경수 국내 1호 과학 탐험가는 "수월봉 화산 쇄설층은 전세계 화산 책자의 가장 앞면에 소개 돼 있을 정도로 과학적 가치가 있다"면서 "올레 12코스에 포함돼 무심코 걸을 수 있겠지만 수월봉 절벽을 걷는 것은 분화구 안을 걷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수월봉 절벽은 화산폭발 당시 분화구에 속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침식으로 깎여나가고 지금은 테두리만 절벽으로 남았다. 문 탐험가는 수월봉 옆 신석기 유적지도 둘러 볼 것을 조언했다. 화산 폭발로 작물 재배에 용이한 무기물들이 나오면서 거주 집단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단다.

자연과학적으로 가치가 큰
우리의 보물

문탐험가는 “제주도가 세계 자연유산,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것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모진 풍화작용과 난개발의 위기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것으로 자연과학적 가치가 크고 우리의 보물”이라면서 “이런 가치가 미래세대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