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④] 생명의 미래, '전라'에 있다

음식의 고장 '호남'에 숨 쉬는 과학

영장류지원센터 ·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 식품연 · 민물고기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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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lyj.5575@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했다. 보도는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이다.<편집자편지>

음식의 고장, 5.18 민주화 운동, 전주-나주···이곳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표 단어들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쭉 뻗은 이곳은 한반도 최대 평야인 전북 서부의 호남 평야와 호남 동부의 산지, 전북 동부의 진안 고원이 어우러져 있다. 다채로운 지리적 특색과 음식을 만나볼 수 있는 여기는 '전라도'. 이곳에서도 과학은 숨 쉬고 있다.

정읍에 1000여마리 원숭이가 있다? 생명연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올해를 강타한 코로나19. 세계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대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영장류. 영장류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DNA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실험(임상) 전, 영장류 실험(전임상)을 필수로 거쳐야한다. 영장류는 마리당 몇천만원을 호가하기에 실험기관에선 확보가 쉽지 않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센터장 김지수)는 산·학·연 영장류 지원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다.

총 3000마리 규모의 영장류를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현재는 타 기관 지원 이후 1050마리 소유) 사람과 유사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붉은털원숭이와 게잡이원숭이가 주를 이룬다. 외국으로부터 원숭이를 수입해 바이러스 검사까지 철저히 마친 후 사육에 들어간다.

모든 사육은 수의사와 사육사 관리하에 이뤄진다. 특히 외국의 경우 케이지에 가둬 원숭이를 사육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생명연 영장류센터는 국내 최초 그룹 사육을 지향한다.

한 공간에 8~10마리 씩 사육해 스트레스는 낮추고 사회성은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김지수 센터장은 "실험동물이긴 하지만, 실험 전이나 실험 후(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육장은 높은 천장과 원숭이들이 놀 수 있는 기구,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한 배설시설 등이 마련돼 있었다. 외부로 통하는 창문과 그 앞에 놓인 계단은 원숭이에게 조금이나마 자유를 주고픈 연구원들의 배려라고 해석된다.

생명연 영장류센터는 코로나 발발 이후 누구보다 긴밀하게 움직였다. 지난 3월 한 연구원은 코로나 감염 모델 개발을 위해 결혼식을 미루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생명연은 코로나19 영장류 모델 개발에 성공해 백신·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향후 영장류센터의 목표는 원숭이 수입이 아닌 직접 생산으로 인한 치료제 개발이다. 직접 생산할 시 새끼 때부터 모든 전주기 관리가 가능해 더 나은 실험동물 모델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류의 가치

김지수 센터장은 "마우스 등 실험동물이 있지만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원숭이 모델이 아니면 안 된다"라며 "영장류를 실험동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우스부터 개, 염소, 돼지, 소···'바이러스' 연구 현장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전북 익산 마을 길로 들어서니 소, 돼지 사육장과 말 방목장이 보인다. 이곳의 정체는 국내 유일 가축 수용이 가능한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소장 탁동섭)다. 이곳은 말 그대로 사람과 동물 사이를 오가는 전염병을 연구하는 곳으로, 코로나는 물론 인플루엔자, 브루셀라, 결핵 등 바이러스의 전반을 다룬다.

  • 인수공통연구소는 규모에 걸맞게 BL2(생물안전3등급) 실험실부터 BL3, 동물 실험이 가능한 ABL2, ABL3 실험실까지 갖추고 있다.
  • 더불어 대형사체처리탱크, 차폐실험실, 폐기물 처리를 위한 고압멸균기 등도 갖춰져 있다. 실험실마다 수용 가능한 중소·대동물이 구분돼 있다.
  • 현재는 기니피그와 마우스를 주로 연구 중이다. 브리딩(번식)을 위한 비글견도 사육 중에 있다.
원헬스 개념을 아우르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탁동섭 소장은 "바이러스 70% 이상이 동물로부터 온다"며 "과거엔 바이러스에 있어 사람과 동물을 구분했다면 지금은 사람-동물-환경을 잇는 원헬스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원헬스 개념을 아우르는 이곳은 인수공통전염병의 중심축으로, 코로나를 포함해 메르스, 지카, 구제역 등 바이러스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 하나에 문화를 담다···전통주 메카 한국식품연구원

술은 인류 탄생 전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전통주는 맥주·와인·사케·보드카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한국적 맛이 담긴 전통주가 적지 않지만 아직 세계적 명주로 불리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30년산 소주'가 있다면 어떨까. 실제 전북 완주에 위치한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박동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분주히 하고 있다.

숙성된 소주, 숙성증류주

식품연의 전통식품연구단은 숙성증류주 개발을 목표로 한다. 숙성증류주란 말 그대로 '숙성된 증류주'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숙성된 소주다. 이는 발효 → 증류 → 숙성 등 총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누룩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발효해 양조(釀造) 과정을 밟는다. 이때 효모는 당을 먹은 뒤 알코올을 내리기 때문에 건강한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모들이 곡물(또는 과일)을 다 흡수하면 발효가 끝난다.

소주와 과실주가 되려면

여기서 곡물이 들어간 발효주를 증류시키면 소주가 되고, 과일이 들어간 과실주를 증류시키면 브랜디가 된다. 그 뒤 증류장치를 통해 가열시켜 알코올 성분을 뽑아낸 뒤 이를 냉각시키면 증류원액이 생산된다.

마지막 단계 숙성은 저장 용기만 해도 스테인리스, 옹기, 참나무로 나뉘며 온도, 습도, 기간 등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갈리게 된다.

  • 스테인리스
  • 옹기
  • 참나무

전통식품연구단은 '우리 술을 세계인 친구로'라는 모토로 전통증류주 현대화에 열을 가하고 있다.
소주와 같은 증류주에 숙성 개념을 돌입해 세계적 명주 반열에 올라서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세라믹기술원·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각각 소줏고리 현대화·옹기숙성소재화, 목통숙성소재화 융합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 전통 옹기인 소줏고리를 현대화시키고,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황토, 참나무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김태완 전통식품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국산화을 넘어 최종 목표는 한국의 숙성증류주 세계시장 진출"이라며 "어떤 정통주와도 뒤처지지 않는 대한민국만의 명주를 만들 것"이라고 내비쳤다.

전북 어류생태계, '여기서' 책임진다 전라북도수산기술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

전북 완주에 위치한 전라북도수산기술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센터장 이창원)는 민물고기 종자를 생산해 전라북도 하천에 무상방류, 어민들의 생계와 생태계 유지에 힘쓰고 있다. 은어, 다슬기, 미꾸라지, 붕어, 쏘가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최연호 시험개발팀장은 "수요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개체수가 갑자기 감소하면 경제적 영향이 크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종자 생산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현재 센터는 쏘가리 종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쏘가리 배를 파악해 알 유무를 확인, 산란 촉진을 위해 호르몬 주사를 투입한다.

이후 경과에 다다를 시 복부 압박으로 알을 받고, 수컷의 경우에도 복부 압박으로 정액을 받아 종자를 생산한다. 이런 식으로 올해 방류한 민물고기만 해도 250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일반 새우와는 다르게 양발이 길게 달린 '큰징거미새우'는 이곳에서 연구용으로 관리된다. 논 등에 방류해 해충 퇴치 등 농업에 득이 되기 위함이다. 현재는 큰징거미새우 종잣값이 비싸 접근이 어려워 내년부턴 분양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아쿠아포닉스도 갖춘 민물고기연구센터

물고기 생산에 쓴 물은 배설물, 사료 등이 녹아 있어 영양가가 높다. 이를 상추 치커리 등 식물 재배에 활용하는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아쿠아포닉스, Aquaponics

최 팀장은 "나날이 환경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요즘,
아쿠아포닉스, 종자 생산 등으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