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⑤] 전라도, 빛에서 미래 찾는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중심지 '전라'

IBS · 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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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lyj.5575@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했다. 보도는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이다.<편집자편지>

광주의 무등산은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북동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머지 않아 수평선이 보인다. 한반도 최대 평야와 산,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이 곳 '전라'의 과학은 다소 토속적인 지역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레이저∙플라즈마∙방사선∙∙∙. 과학의 뿌리인 기초과학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이들이 바로 전라도의 감춰진 이면이다. 전라도는 어느 지역보다 조용히 빠르게 미래 과학 핵(核)을 파고들고 있다.

극한 시공간 속 물리현상 알아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방진복과 보안경을 끼고 들어간 실험실은 굉장한 소음과 빨간빛을 내는 기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레이저 운용을 담당하는 이황운 선임연구기술원은 눈앞이 레이저로 차 있다고 소개했다. 강력한 광선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극도로 짧은 시간, 아토초

100경분의 1초를 뜻하는 극도로 짧은 시간 '아토초' 영역에서 레이저-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을 방문했다.

▲ 이황운 선임연구기술원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단 중 하나다. 레이저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남창희 단장이, 광주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레이저 시설을 기반으로 2012년부터 연구단을 꾸리고 세계 최고 출력의 레이저를 구축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에 위치한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이름 그대로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고에너지 환경을 지상에 구현하고, 원자와 분자의 초고속 현상을 규명하고 있다. 극한 시공간 영역에서의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4페타와트(PW, 1PW=1000조W)의 순간 출력을 내는 시설로, 이는 전세계 발전용량의 약 1000배에 달한다. 이렇게 강력한 레이저가 가능한 이유는, 한정된 에너지의 레이저를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집속시키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처음부터 크고 세게 만들면 좋지만 이는 기기 안에서 여러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트릭을 사용해 레이저를 증폭한다.

레이저에서 나오는현상을 규명한다

처음엔 약하고 짧은 펄스를 만들어 다양한 증폭 과정으로 출력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너무 짧은 펄스를 증폭할 시 부품이 타버릴 수 있기에 에너지 밀도를 먼저 낮추고, 레이저 빔 사이즈를 키운다. 그렇게 빔을 키우고 증폭하기를 반복해 레이저에서 나오는 현상을 규명한다.

연구소 내부에 있는 수많은 챔버 안에서는 빛을 집속해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이 이뤄지게끔 한다. 이를 타겟챔버라 부른다. 양성자 챔버에서는 얇은 폴리머 막에 레이저를 쏘아 여기에 들어있던 양성자를 가속한다.

레이저가 가속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레이저로 양성자나 탄소 이온, 금 등을 가속하면서 어떤 종류의 양성자 또는 이온이 어느 정도 에너지를 갖고 가속되는지 측정∙분석할 수 있다.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연구는 계속 된다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2012년도에 극초단펄스를 이용한 페타와트급 레이저(1.5페타와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도 세계 최고인 제곱센티미터 당 equation 와트(W/㎠) 레이저 세기에 도전 중이다. 양성자 암 치료기의 개발 가능성과 엑스선과 같은 고에너지 광자를 발생시킨 후 초강력 레이저를 사용하는 핵물리∙천체물리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 '플라즈마' A부터 Z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플라즈마란 기체를 구성하는 원자∙분자가 높은 에너지를 받아 전자와 이온 그리고 중성 입자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플라즈마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초고온 플라즈마 연구뿐 아니라 반도체, 환경, 의료, 농식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응용기술들로 개발되고 있다.

군산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플라즈마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플라즈마 상용화 기술 개발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국가 플라즈마 연구개발의 선두주자라 볼 수 있다.

기반기술연구부에서는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통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진단∙해석한다.
연구진은 원하는 가스를 집어넣고 원하는 조건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뒤 해당 플라즈마가 어떤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플라즈마 상태를 측정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 김종식 융합연구단 제1 세부책임자

플라즈마 해석을 위한
진단 방법

플라즈마 해석을 위한 진단 방법은 전기적 방법, 광학적 방법 등 가지각색이다. 기반기술연구부는 여러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플라즈마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기판에 전압을 인가해 순간적으로 온도를 올리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이는 산업 표면처리 공정에서 요구되는 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저온에서도 공정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기반기술연구부에선 기체가 플라즈마화 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전자 충돌 기반 분자의 반응물성을 측정하고 있다. 전자-분자 충돌 시 분자는 댜양한 형태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가스 소재의 플라즈마화 특성을 예측하기 위한 기반 데이터로 활용된다.

전자와 DNA 분자를 충돌시켜 측정한다.

연구진은 플라즈마와 생체 분자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전자와 DNA 분자를 충돌시켜 DNA 분자에 손상이 얼마나, 어떻게 가해지는지를 측정한다.
세포 수준이 아닌 더 낮은 분자 수준에서의 암 발병 등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연구로 신약 물질∙치료법 개발에 활용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기기부터 신품종까지∙∙∙방사선의 모든 것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CT∙MRI와 같은 의료기기, 보안검색대, 로봇치료기∙∙∙. 이들의 공통점은 방사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부정적으로만 인식돼 왔던 방사선은 인류와 공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기기팹연구동에서는 이러한 방사선 기기들을 개발하고 연구한다.

  • 나아가 보유 중인 장비에 대한 성능시험, 부품 제작 등도 지원하고 있다.
  • 연구소 내 방사선기기팹연구동에서는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방사선을 측정하는 소재∙장치를 연구한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방사선 에너지를 전자신호로 바꿀 수 있게 변환하는 소재가 필요하다.
다양한 방사선 검출 분야에 활용된다.

이러한 소재들은 정제 과정을 거쳐 고순도화 돼 방사선 검출에 사용된다. 방사선 검출 소재는 클린룸에서 반도체 공정을 거쳐 방사선 검출기 소자화∙모듈화가 완성되고 그 후 공항 검색대, CT 기기 등에 탑재돼 다양한 방사선 검출 분야에 활용된다.

클린룸은 미세한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다. 반도체 공정이라하면 반도체에 막을 입힌 뒤 사진을 찍고 깎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방사선 검출소재에 감광액을 입혀 사진필름처럼 패턴을 만들어 방사선 검출기로서 동작할 수 있도록 소자화한다.
방사선기기팹연구동 연구진은 방사선기기∙소재 국산화와 미래 방사선기기 신기술 선도를 지향하며 연구에 임하고 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벼, 수수, 콩 등 광활한 논과 밭도 보유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로 돌연변이를 유도해 신품종을 육성하는 방사선 육종 연구를 위함이다. 방사선육종연구실 연구진은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기존 품종과 비교해 기능성분이 증대하거나 내재해성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유용 돌연변이 품종을 개발한다.

이는 다른 생물 유전자를 도입하는 유전자 변형 생물(GMO)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백년 이상 역사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육종방법이다. 최근에는 약용들깨에 방사선육종을 활용해 관절염 개선 기능성분인 이소에고마케톤이 증대된 신품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미래 농업 선도가 목표이다.

현재까지 국화, 케나프 등 35개 이상의 신품종 개발∙품종 등록을 완료했으며,
방사선을 이용한 인류의 식량난 극복과 건강 증대 등 미래 농업 선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과 현실 사이∙∙∙3D로 수술 받는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의 메디컬 AI 랩.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그램과 연동된 글라스를 끼니 눈 앞에 의료용 베드가 나타난다. 가상공간만을 볼 수 있는 VR(가상현실)과는 달리 MR(혼합현실) 기술을 이용해 실제 공간에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술 시 2차원 데이터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다. 눈 앞에 생겨난 3차원 장기를 수술하는 것이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원격시술이다. 원격은 제어가 가능하며 시술자가 촉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햅틱(Haptic) 기술이 필요하다.
또 의료진에게 시각적 정보를 현실과 같이 3차원으로 전송 릴레이없이 보내는게 관건이며, 의료 지식도 간파해야 한다. 아직 이처럼 연구가 고도화되진 않았지만,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최홍석 팀장은 향후 해당 프로그램에 가상과 현실을 합칠 계획이라고 한다

▲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최홍석 팀장

VR 기술을 이용한 대형 놀이기구

또 다른 팀, 로봇 어플리케이션 랩은 큰 하중도 견딜 수 있는 대형 케이블 로봇과 정확하면서도 고속으로 움직이는 고속 케이블로봇을 연구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케이블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VR 기술을 이용한 대형 놀이기구다.

VR 글라스로 아찔함을 체험하다

VR 글라스를 끼고 기구에 타면 실제 하늘을 날거나,
고빌딩에서 떨어지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는 수동으로 기기를 조작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로 자동운영까지 목표하고 있다고 한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