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⑥] 강원도에 우주비밀이?

첨단과학으로 '천연물' 연구주도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지하 700m에서 우주비밀 밝혀내는 'IBS 지하실험연구단'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 IBS 지하실험연구단

SCROLL

박성민 기자 sungmin8497@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했다. 보도는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이다.<편집자편지>

대한민국 팔도 가운데 풍족한 자연환경으로 강원도를 빼놓을 수 없다. 남북으로 뻗어 내린 태백산맥과 동서로 자리 잡은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며 강원도로 향한다. 고개의 굽이가 무려 99개로 이뤄진 대관령을 지나는 길은 천혜의 비경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첨단과학으로 '천연물' 연구주도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①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② 천연물소재연구센터 ③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강원도에는 금강산을 비롯해 송도원·삼일포·시중호 등의 세계적 명승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산림·지하·수산 등의 풍부한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원도 자연에 첨단과학이 물들고 있는 현장으로 향했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과학시설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다.

미래농업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정문에서 본관동까지 들어가는 길은 고요하다. 마치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을 걷는 느낌이다.

푸르다 못해 파란 하늘과 고즈넉이 스미는 자연 바람이 강원도 방문을 실감케 한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천연물소재연구센터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등으로 구축돼 있다. 천연물 성분 발굴과 분석, 천연물 재배,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주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과학기술 기반으로 천연물을 비롯해 미래농업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의 미래를 연구한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1.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정문 왼편에는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다.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의 핵심 연구시설인 스마트팜 온실이다. 스마트팜은 첨단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로 농장의 온실이나 축사를 관리하는 신개념 농장이다.

이곳은 KIST를 중심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식품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ETRI의 전문가들이 공동참여한 '스마트팜솔루션(SFS) 융합연구단'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된 곳이다. SFS 연구단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가동됐다. 이후부터는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가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뿌리 부분을 측정하는 근권부 센서는 작물의 무게, 배지 함수율, 급액과 배액의 영양분 등을 측정해 복합적인 환경제어가 이뤄지도록 한다. 모든 데이터들은 통제실로 보내지며 스마트팜 전상황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신개념 농장으로 미래를 마주하다

과거 오랜 시간동안 농민들은 경험·직관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해왔다. 시기가 찾아오면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스마트팜을 적용하면 최적의 시기가 언제인지를 간단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하루 5000개 천연물 시료분석 '뚝딱'해내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2. 천연물소재연구센터

천연물 연구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종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합물 중 효능이 있으면서도 안전한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강변의 모래알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것처럼 낮다.

길고도 고된 여정의 천연물 탐색

그러면서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시료마다 활성을 검색하기 전에 일일이 복잡하고도 섬세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천연물 탐색은 길고도 고된 여정이다.

천연물소재연구센터에서는 하루 5000개의 천연물 시료분석을 뚝딱해내는 장비들이 구축돼 있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탐색대상 물질을 성분별로 분리하는 분획 작업(HTF), 활성 물질을 탐색하는 분석 작업(HTS), 결과를 확인하는 영상 분석 작업(HCS), 대상물질의 화학적 구조를 확인하는 질량 분석 작업(HAMS)을 통합한 플랫폼(iHTac)이 동시에 가동된다.

로봇 팔을 이용한
사료 이송 자동 시스템

로봇 팔을 통해 대량의 시료를 자동으로 이송하는 이 시스템은 하루 5000개 규모의 시료를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번의 처리(one-stop)로 물질의 효능은 물론 화학 구조의 확인까지 가능하다.

AI 활용해 천연물 소재 탐색한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3.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천연물 소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하는 연구가 한창인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현장이다. 복잡한 실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컴퓨터 예측을 통해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빠르게 발굴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천연물이 어떠한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지 예측한다.

7000개의 단백질을 대상으로 상호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AI 기반의 가상탐색 기술은 축적된 화합물 기능 정보를 효율적으로 학습함으로써 기존의 방법보다 50%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최근 AI 기술이 여러 생물학 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물의 기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AI 방법은 현재까지 개발된 사례가 전무했다.

천연물 소재 가상탐색을 위한 천연물 라이브러리

천연물 소재 가상탐색을 위해 필요한 천연물 라이브러리도 구축돼 있다. 천연물의 모양, 원산지, 생육단계 등의 정보와 형태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한 라이브러리에는 490종의 천연물과 1700개의 표본이 축적돼 있다.

“지하 700m에서 보는 '우주비밀'···어둠을 쫓는 과학시설” IBS 지하실험연구단

자연에 과학이 물드는 '지상' 현장을 보았다면 이제는 '지하'로 내려간다. 바로 IBS(기초과학연구원)의 지하실험연구단이다. 강원도 양양군 점봉산에 위치한 양수발전소 입구에서 삼엄한 경비 속의 출입절차를 받았다.

발전소 입구에서 바리케이트를 통과한 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터널을 따라 내려갔다. 가로 4m, 세로 6m가량의 터널 내로 진입해 8도 정도의 경사도를 따라 2㎞를 갔을 무렵 지하 700m 지점에 도착했다. IBS 연구단은 2003년부터 연중무휴로 10여명의 연구자가 이곳에서 교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26.8%를 차지하는 '암흑물질

이곳에서는 '노벨상 0순위'라고 불리는 암흑물질(dark matter)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이 전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26.8%를 차지하는 것은 '암흑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여러 관측 결과를 토대로 중력과 약력으로 상호작용하고, 질량이 무거우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입자가 있을 것으로 이론적으로 예측한다.

일본 과학자들이 2015년 지하 실험실에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듯이 이들도 17년 가까이 지하 700m 실험실에 머물며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왜 땅속 깊은 곳에서
우주입자를 찾는 것일까?

암흑물질 입자 신호가 매우 약한 탓이다. 암흑물질을 탐색하려면 우주선 입자(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가 대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배경 잡음’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잡음의 양은 지하로 갈수록 크게 줄어든다. 높은 산들이 잡음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높은 산봉우리가 이어진 강원도는 실험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이다.

한편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양양 실험실보다 400m 더욱 깊고 면적은 10배 이상 넓은 규모의 실험실을 강원도 정선에 추가로 구축 중이다.

기초과학은 길고 긴 시간을 요구하며
과학자들의 순수한 호기심에 기반한다.

암흑물질을 찾는 지하실험연구단 연구팀들은 기초과학이
우연한 발견 속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