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⑦] '흉악범죄' 과학으로 잡는다

40만 건의 유전자 데이터 DNA는 알고 있다
‘모발·영상·음성’ 일상에 마주하는 모든 것을 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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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sungmin8497@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했다. 보도는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이다.<편집자편지>

과학으로 진실을 밝힌다는 슬로건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다. 범죄 영화에서도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국과수 부검 장면이 등장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법과학자들이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음침한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이 시청자의 시선을 이끈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 매체에서 '국과수 부검' 키워드가 많이 언급된다. 국과수에서 '부검' 업무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해다. 국과수가 1955년 개소할 당시 주요 업무는 부검 혹은 혈액형 감정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로 다양한 과학수사 분야로 넓혀가며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부, 법과학부, 법공학부 조직 산하에 검시과, 법의검사과, 법과학교육센터, 유전자과, 독성학과, 화학과, 안전과, 디지털과, 교통과 등이 있다.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국과수에서 가장 많이 처리하는 업무는 유전자(DNA) 분석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처리한 감정 유형을 보면 '유전자(DNA) 분석'이 20만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34.6%를 차지한다. 국과수의 지난해 감정 처리 건수는 60만 건을 넘어섰다. 3건 중 1건이 DNA 분석인 셈이다.

국과수 부서명에 붙는 '법'은 '포렌식'(forensic)으로 '범죄 과학수사의' 혹은 '법정의'를 의미한다. 포렌식은 일반적으로 법정 변론을 위한 증거의 수집·보존·분석을 위한 응용과학 분야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국과수에서 일하는 연구원을 '법과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과수는 강원 원주에 본원이 있고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분원과 제주 출장소가 있다. 각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해당 지역에서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이 크거나 복잡한 사건은 본원에 이관되기도 한다.

국과수는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미제사건 해결은 물론이며 초동 수사 상황에서 사실상 꼭 거쳐야 하는 수사 절차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국과수는 2016년 5월 강원 원주 본원에 '장기미제 강력사건 지원팀'을 구성하고 전국 17개 지방 경찰청과 협의해 DNA 재분석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지문··· DNA는 알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 배경인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최근 경찰이 찾아냈다. 국과수에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를 검거했다. 지난 수십 년간 발달한 국과수의 DNA 분석기술 덕이다.

국과수의 법과학부 유전자과에서 수행한다. DNA 분석은 사람 몸에 있는 60조개 정도의 세포를 활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이다. 이들 염색체에는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DNA(디옥시리보 핵산)가 있다.

DNA 분석은 '20억분의 1g' 극미량으로 염기서열 분석해 용의자 신원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며 최소요구량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99.1%가 같고 0.1%만 다르다.

인간은 유전형질을 선조에게 물려받지만 인류가 진화하며 돌연변이가 생겨 인간마다 유전자 분위가 다르다. 이에 따라 각 세포 중 각 염색체 특정 부위(DNA 마커)에서 동일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횟수가 사람마다 다르다. 유전자 분석은 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DNA 분석은 1985년 영국의 제프레이가 처음 발표했다. 이후 지문 식별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보편적인 과학수사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1년 8월 처음으로 유전자분석을 이용한 개인식별법을 수사에 도입했다.

국과수는 2009년 12월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범죄자의 DNA와 미제사건 용의자의 DNA 등을 보관해 오고 있다. 현재 유전자과에는 범죄자 40만건의 유전자 데이터가 있다.

국과수에서는 현재 DNA 검사를 위한 장비인 시약 재료만 연 100억원 규모로 소요된다. 유전자분석 전문가들은 100여명이다. 매일 100건 이상의 유전자 분석 의뢰가 들어온다. 긴급감정은 최소 하루 이내로 끝내기도 한다.

국과수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DNA는 인간의 모든 곳에 존재하고 미량의 체액이나 모발 등에서도 검출돼 유전자 분석은 대형사고 피해자나 강력범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동안 국과수에서는 크고작은 범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지난 2004년 유영철, 2006년 정남규, 2009년 강호순 연쇄성범죄사건을 비롯해 2006년 발생한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살해사건, 2012년 발생한 오원춘 토막살인사건 등의 용의자 신원을 확인했다.

추악한 행각은 국과수의 DNA 감정으로 결국 꼬리가 잡힌다.

특히 강호순 사건의 경우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강씨의 점퍼에서 국과수가 과거 실종사건 피해자의 DNA를 발견했다. 강씨가 여대생뿐 아니라 부녀자 6명을 추가로 납치·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강씨의 점퍼에 묻은 추가 피해자의 혈흔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나노그램(10억분의 1g) 단위의 극소량이었다. 국과수의 최첨단 분석 기법 앞에 '완전 범죄'는 옛말이 됐다.

국과수는 다양한 DNA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방대한 DNA 데이터가 쌓였고, 계속 쌓이고 있다. 혈흔뿐만 아니라 정액, 침, 땀방울까지 다양하다.

모발 · 영상 · 음성··· 무엇이든 분석한다

국과수의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다양한 미제사건들도 해결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분석기법이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PC,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고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일종의 '디지털 흔적'을 분석하는 수사기법인 셈이다.

국과수의 디지털포렌식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디지털 포렌식 분석 기법이 투입된 사건은 인터넷 기사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이다. 이 사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분석 등에 서울청 소속인 분석 요원 대부분을 동원하기도 했다.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다수의 원천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폐방지 모바일 앱이다.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2∼3초 이내에 다용도 마킹이 나타나는 기술이다. 위조 화투나 위폐 식별도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국과수가 개발한 '얼굴인식 프로그램'도 수준급이다. 얼굴인식 인식률은 구글, 페이스북과 똑같은 99.9%다.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가짜 사진 식별과 인천공항 테러용의자 추적, 제주시 외국인전용 카지노 위조여권 식별 프로그램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국과수 디지털과에서는 영상, 음성, 문서, 미술품, 문화재 등등 무엇이든 분석한다. CCTV 혹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판독하고 감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위변조 화폐, 미술품, 문화재 진위여부도 감정한다.

과학수사 중심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수사는 수많은 미제 사건을 해결해왔고,
지금도 해결하고 있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