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⑩] 빛 공장, 메디컬 광물 있는 '포항'

포항 지역 살리는 '과학'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방사광가속기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실증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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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inhan.kim@hellodd.com

포항에 '빛 공장'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국내에서 단일 건물로는 최장 길이 시설에서 빛을 생산합니다. 직선 거리 1.1km입니다. 바로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만들어내는 방사광(光)입니다. 4세대 방사광은 짧은 펄스의 빛으로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어 나노 크기 물질 분석이 가능합니다.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개발과 신소재, 디스플레이 연구가 가능한 배경입니다.

포항에 재미난 과학 시설,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입니다. 지역에 있는 광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특히 먹어도 되는 '메디컬 광물' 벤토나이트 실증 연구를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지질자원연은 벤토나이트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벤토나이트는 화산활동에 의한 화산재가 화학적 변질로 생성되는 광물입니다.

포항으로 과학여행 함께 떠나보시죠!

‘빛 공장’ 방사광가속기 포항가속기연구소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분별할 수 없는 인간. 인간은 빛으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빛은 눈으로 볼 수 없던 '미지의 세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의 태동이다. 빛을 만들어내는 포항가속기연구소 현장을 찾았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방사광을 활용한다. 인간은 가시광선을 통해 사물 크기와 모양, 색상 등을 인지한다. 하지만 원자와 분자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는 자외선이나 X선을 이용해 식별 가능하다.

방사광은 자외선과 X선을 인공적으로 만든 빛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고 이를 전자석을 이용해 회전 시켜 빛을 방출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나노 크기 물질 분석이 가능해졌다. 방사광을 활용하면 첨단 신소재,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등 개발이 앞당겨진다.

산업 발전에 필요했던 과학, 3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가속기연구소 '3세대 방사광가속기'(PLS-ll) 건설은 1988년 4월 박태준 포항제철(POSCO) 회장과 김호길 POSTECH(포항공과대) 총장 숙원이었다. 포스코는 산업 발전에 과학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900억원을 출연했고, 정부 예산 600억원 등과 함께 총 1500억원으로 건설됐다.

박용준 포항가속기연구소 기획실장은 "그동안 연구자 4만여 명이 이용했고, SCI급 논문 5000여 편이 발표됐다"며 "국내 기업체에서도 방사광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다수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3세대 방사광보다 1억배 밝은
‘4세대 방사광’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는 기능 자체가 압도적이다. 3세대 방사광보다 1억 배 밝은 빛이 나온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길이만 1.1km다. 국내 단일 건물로는 최장길이다. 직선 구간의 선형가속기(780m)와 빔 길이를 줄이는 빔 압축기, 방사광을 만드는 언듈레이터(250m), 발생한 방사광을 활용해 실험할 수 있는 빔 라인(80m)으로 구성돼 있다.

4세대 방사광은 짧은 펄스의 빛으로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기존 방사광으로 포착할 수 없었던 광합성 등 아주 빠른 현상을 슬로비디오처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생체 모방 기술에 적용해 고효율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 특성 때문에 신약개발에 활용도가 매우 크다는 평가를 얻는다. 박용준 실장은 "4세대 방사광을 이용하면 첨단 신소재, 신약개발, 에너지, 환경 등 기초·응용 기술 개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며 "국내 연구진이 미국, 유럽, 일본 등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메디컬 광물 '벤토나이트'로 의약품 개발 연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실증연구센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는 광물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연구에 한창이다. 서성만 지질자원연 지질신소재연구실장은 '벤토나이트'를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연구부터 실증 응용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산재가 화학적 변질로 생성된 광물, 벤토나이트

벤토나이트는 화산활동에 의한 화산재가 화학적 변질로 생성되는 광물이다. 미국 벤톤 지역에서 발견돼 벤토나이트로 명명됐다. 벤토나이트는 실리콘과 산소로 이뤄진 4면체 판과 알루미늄 수산기로 이뤄진 8면체판이 2:1 비율로 한 단위를 이루는 3층 구조의 층상 광물이다. 벤토나이트는 설사를 막는 의약 원료로도 쓰인다. 소화 장애 완화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 유산균 증가,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 전달체로서 효능이 뛰어난
‘메디컬 점토’

서 실장 연구팀은 2016년부터 메디컬 점토 실용화 연구를 시작했다. 초기 3년은 기초 연구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고부가 광물 소재 생산설비와 테스트베드까지 구축하고 있다. 연구팀은 벤토나이트뿐만 아니라 여러 점토를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서 실장은 "벤토나이트 등 메디컬 점토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면 광물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히 벤토나이트는 중금속 함유량이 낮아 약물 전달체로서 효능이 뛰어나다고 보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질자원연은 지역 광물을 발굴하고 의약품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한국식품연구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와 연구 협력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연은 광물의 미생물 자원 발굴과 생리활성을 평가하고, 안전성평가연은 바이오 지질자원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할 전망이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