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⑨] 국내 최대 생물 집합소 '충청도'∙∙∙한 번 와봐유~

생물 보존, 관리 교육으로 미래 산업 가치 ↑

충북농업기술원 곤충종자보급센터 · 국립생태원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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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택 기자 hst6056@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했다. 보도는 ▲제주도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이다.<편집자편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생물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녹색'의 땅 충청도. 역사적으로 '충청'이라고 호칭하게 된 것은 조선시대 행정구역인 팔도 중 하나로 충청도가 형성된 것이 처음이다. 녹색의 땅, 생명의 땅이라고 불리는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생물이 잘 보존되며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과학을 만나볼 수 있다. 충청도의 생생한 과학 현장을 다 함께 만끽해보자.

애벌레를 먹는다고?! 생각보다 맛있을 걸? 충북농업기술원 곤충종자보급센터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온난화 전체의 17%에 달한다. 이에 반해 식용 곤충은 그 친환경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영양학적 가치는 물론이다.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용 곤충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종교권 국가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식용 곤충을 기피하고 있지만 식량 안전보장이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비용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식용 곤충사육은 점차 주목받고 있다.

식용 곤충은 많은 지역에서 개인, 기업에서 사육하고 있지만 매년 사육에 필요한 종자를 보급하는 곳은 아직 드물다. 곤충 종자를 배양하고 관리하는 일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자 충청도의 한 가운데라고 할 수 있는 오창에는 이러한 까다로운 일을 자처해 곤충 종자를 관리하고 보급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 있다. 이름에서부터 '여기가 바로 이곳이다'라며 어떤 일을 하는지 눈여겨볼 수 있는 '곤충종자보급센터'다.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매년 종자 보급이 매번 필요하듯, 곤충 사육에서도 종자 보급은 필수적이다. 사육하는 곳에서 다음을 위해 종자를 남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종자를 보급할 수 있는 곳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수요로 인해 생겨난 곳이 곤충종자보급센터다. 오창에 위치한 충북농업기술원 소속 곤충종자보급센터는 농식품부와 충청북도가 각각 25억원을 투자해 총사업비 50억원으로 건립됐다. 2017년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8년 착공에 들어가 2019년에 설립됐다.

준공식 이후 현재는 연중 균일하고 우량한 곤충 종자 생산과 보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수 곤충자원 선발 및 계통화, 우량 곤충 종자 육성 및 보급에 관한 총괄 기능을 담당하고 곤충 종자와 먹이원의 생산 이력 관리, 곤충 질병의 체계적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곤충 사육환경에 필요한 기술 연구개발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다양한 곤충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곤충 종을 선발 육종해 국내 곤충산업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센서를 활용해 종자 생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곤충종자보급센터는 국내 점유율이 높은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갈색거저리를 대상으로 지역별 우량계통을 수집, 대량생산해 보급하고 있다. 2024년까지 생산량 대비 3% 종자를 생산·보급하겠다는 포부다.


김선국 팀장에 따르면 주요 보급대상은 농가 수, 생산량, 판매액을 고려해 축산법에 따른 가축 범위에 포함된 곤충으로 결정했다. 장수풍뎅이는 전국적으로 누디바이러스병이 가장 문제 되고 있어 누디바이러스 무병종자를 보급하고, 흰점박이꽃무지와 갈색거저리는 지역별 다양한 계통을 증식해 보급한다.


모든 유충관리실은 센서를 활용해 온도, 습도 모두를 자동으로 관리하고 있어 종자 생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밀웜이라 불리는 갈색거저리의 경우 유충들은 선별대에서 수작업을 통해 우수 종자를 선별한다. 선별 작업이 끝나면 보급될 지역, 업체별로 각기 다른 함에 담겨 보급을 위한 대기가 시작된다.

장수풍뎅이의 유충은 일반 밀웜보다 작게는 수 배, 크게는 수십 배의 크기를 자랑한다. 크기와 습성으로 인해 한 케이지 안에는 많은 양의 유충을 몰아서 기르기란 불가능이다. 햇빛을 싫어하고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습성으로 케이지의 겉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곤충종자보급센터는 유충뿐만 아니라 성충이 된 곤충들도 여럿 사육하고 있다. 종자 관리와 종자 자체에 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충으로의 변태 과정을 연구하는 대표적 곤충으로는 장수풍뎅이가 있다. 장수풍뎅이는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태할 때 번데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종이컵에 일정량의 흙을 담고 컵마다 한 마리씩을 배치하고 햇빛을 차단해 안정적인 변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장수풍뎅이는 번데기 과정에서도 반경은 짧지만, 컵 내부에서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

각 업체에 보내진 종자들은 여러 과정을 거치며 식용품으로 생산된다. 곤충종자보급센터에는 보급한 곤충으로 만들어진 식용품들이 각 업체의 이름과 함께 입구에 전시돼 있다. 아직까지 인식개선 문제로 인해 대부분은 곤충을 원료로 가공한 식품들로 시중 판매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도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 하나의 작은 지구 국립생태원

입구에서부터 생명체의 근원을 상징하는 거대 새싹 동상이 반기며 그 광활함을 가히 느낄 수 있는 곳. 30만 평이라는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며 생태연구를 선도하고 생태 가치를 확산하는 생태연구·보전·교육·전시 기능의 생태종합기관인 서천 국립생태원이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자생생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기 위한 생물 다양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미래세대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생물 산업 원천소재의 공급원이 되는 생물 다양성을 보전·관리하고 생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곳 국립생태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2013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출범했다. 자연생태계 보전 및 생물 다양성, 야생생물 관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국토환경보전기본정책 수립에 생태 전문기관으로 지원·협력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생태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생태조사·연구 및 평가, 생태계 복원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은 물론 동·식물 등 생태 관련 전시, 체험 및 홍보 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 생태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생태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이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배우는 ‘생태문화확산의 허브’라고 불릴 정도로 30만 평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고라니와 노루가 자연에서처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정도. 공간이 넓다 보니 관람을 위해 전기버스를 운영하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덕분에 입에서부터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걸어가다 보면 평화롭게 앉아서 쉬는 고라니와 적도부터 시작해 위도에 따라 나누어진 나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잎을 잘게 찢어 운반하는 ‘잎꾼개미’

국립생태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도 있다. 잎꾼개미라고 불리는 바로 이 녀석이다. 이 개미들은 잎을 채취해 자신들의 서식지로 운반하는데 그 이유는 잎을 잘게 찢어 버섯을 사육하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을 버섯을 키우는 영양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농사’를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간보다 5000만년 먼저 버섯 농사를 시작한 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실내전시시설인 에코리움에 들어서면 지구의 5대 기후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5개 관으로 이뤄진 이곳에서는 각 관에 따른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식물들의 천국, 에코리움

특히, 동식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열대기후에서는 700여 종의 식물과 열대의 강과 바다에 서식하는 130여 종의 어류, 14여 종의 양서파충류 등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코로나 여파로 관람객이 반 이하로 줄었지만 국립생태원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전시도 진행 중이니 직접 갈 수 없다면 온라인으로 생태원의 다양한 생물들과 교감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강추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국립생태원
바닷속 어디까지 가봤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1000분의 35 소금기를 머금은 물로 이루어진 자연환경에 사는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해양생물이라 일컫는다. 지구생물의 80%가 바다에 살지만, 해양생물 중 우리가 들어보거나 알고 있는 생물은 겨우 1%가 채 안 될 것이다. 바다는 접근이 쉽지가 않아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지만,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국민들에게 문턱을 낮춰 해양생물에 관한 과학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와 해양생물자원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Sea + Question + Rium
= 씨큐리움

해양생물자원관은 연구행정동, 시큐리움, 교육동 등 3개 건물을 갖추고 있다. 그중 관람을 위한 전시관인 씨큐리움은 그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씨큐리움은 ‘Sea(바다)’+Question(질문)+Rium(공간)‘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5천여 점의 해양생물이 있는 ‘생명의 탑’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를 자랑하며 큰 원형 기둥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명의 탑’이라 불리는 이 구조는 5천여 점의 해양생물이 박제된 채로 전시돼 있다.

해양생물자원관의 독특한 점은 관람 방법이다. 기존 박물관처럼 1층부터 순차적으로 관람을 하는 것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4층부터 전시코스를 따라 한 층씩 내려가는 역구조다. 관람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양생물 다양성’ 전시실에는 모태의 바다, 해조류, 플랑크톤, 무척추동물, 척삭동물, 어류, 포유류 존이 존재해 각 존마다 그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해양생물자원관에는 9만 5천여 종, 56만 4천여 점의 해양생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된 모든 생물은 실제 생물을 박제한 것이다. 모형처럼 보이더라도 하나하나가 모두 실제로 살아있었던 생물임을 알게 된다면 조금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4층에 있는 ‘인터렉티브미디월’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에 스케치 스캔을 이용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접목시킨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이용해 연출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화면 앞에 다가서면 나의 모습이 해양생물로 표현되고 화면을 터치하면 돌고래를 손짓에 따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다.

3층에서는 육지에서 바다로 되돌아간 해양 포유류의 생태와 바다살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공중에 전시된 거대한 고래 뼈는 전시실을 꽉 채울 만큼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이 역시 실제 생물의 뼈를 박제해 전시했다.

1층에 있는 기획전시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센스있는 문구가 돋보인다. 바로 해양생태계의 교란 생물을 표현한 전시다.

해양생태계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먹고 먹히는 관계, 공생하는 관계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안정된 균형을 이루어 왔지만 가끔씩 해양생태계 교란 생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해·교란 생물을 소재로 해양생태계의 균형과 보전에 대한 내용을 담은 특별전시인 것이다. 총 18종의 생물과 이들이 유해·교란 생물로 지정되게 된 배경, 해양생태계와 주고받는 영향 등이 소개돼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해양생물에 관한 지식이 궁금하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활용해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어떨까.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